35년 6개월동안 오랜 세월 몸담고 있던 일을 끝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마음은 경찰에 있는데 몸은 벌써 민간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확실한 일반 시민이 되어 후배 경찰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취업난이라는 단어가 제 몸에 끈덕지게 붙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해서인지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였습니다.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소식을 뉴스로만 접하다가 그 주인공이 본인이라고 생각하니 현실을 더 뚜렷하게 직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경찰전직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노인 일자리 취업에 성공하여 첫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부산 남구 시니어 클럽의 시니어 마을 안전지킴이 사업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마을안전지킴이 사업단은 2020년 부산시와 부산경찰청과의 연계. 협업을 통한 시범 사업으로 발족하였으며, 전직 경찰을 비롯한 40명의 신체 건강한 어른들이 취약 지역 내 범죄 예방 활동 및 생활 안전 위험 요소 시정조치로 안전한 마을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동안에는 매사에 하나하나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사람의 인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분들에게 경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며 부단한 노력을 했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근무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와 함께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중, 불이 타는 냄새를 느꼈고 신속히 불을 끄게 하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을 막았던 일이 있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남녀 학생 두 명이 시험을 못 보아서 시험지를 태워 버리려고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저희는 다급히 학교 안에서 종이 뭉치를 태우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여 바람에 불씨가 날리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타일러서 선도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부산 남부경찰서장님께서 직접 현장에 나와 표창장과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전직 경찰관으로의 사명을 다해 이번 일을 처리한 모습에 감명받으셨다고 합니다.
일하는 동안 하나하나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나 하나의 행동이 우리 경찰 전체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연세가 한참 많은 연령층과 근무를 하다 보니 과거 우리 조직의 어두운 면만을 기억하면서 현재의 경찰에 대해서도 과거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전직 경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경찰관을 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합니다.
특히, 인생 절반이 훌쩍 넘어선 35여 년 사용해온 경찰만의 언어나 말투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한 예로, 택시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반말한다고 시비했든 일, 동네 사람들과 운동 후 회식하면서 또 반말 비슷하게 한다고 했던 일 등, 저는 분명히 반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35년 가까이 경찰의 언어나 말투에 길든 저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말투부터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스로 전직을 밝히지 않으면 알 수가 없도록 말이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
경찰관으로 처음 투신한 마음가짐으로 사회 초년생에서 중년생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퇴직경찰, 현직경찰 우리 모두 파이팅!!
감사합니다.